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미디어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인 김홍일(67) 국민권익위원장의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소년 가장으로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졌다”고 소개한 것을 두고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소년 가장이 도대체 방송통신위원회가 요구하는 중립성, 전문성과 무슨 관계가 있냐”며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전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김 후보자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에 소년 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면서도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후 법조인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소년 가장이었다는 점이) 도대체 방통위가 요구하는 정치적 독립성, 투명성, 중립성, 공정성, 전문성 이런 가치와 무슨 관계가 있냐”라며 “국민을 그 정도로 업수이(업신) 여기지 않으면 이런 인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예전 버스 같은 데서 ‘어려서 부모를 잃었다’는 식으로 껌을 강매하던 사람들이 있었다”며 “팔에 문신한 불량배들이 국민들한테 어거지(억지)로 이 상황(김 후보자 지명)을 떠넘기는 듯한 아주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해 ‘소년 가장’ 이력을 언급하며 “후보자는 이런 어려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법조인으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관련 경력이 없다는 비판 등을 의식해 후보자의 ‘흙수저 스토리’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위원장은 “김 후보자는 언론·방송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며 전문성 결여도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최성준 위원장이나 문재인 정부 때 한상혁 위원장도 법조인 출신이지만 최 위원장은 미디어 정보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었고 한 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라는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 오래 활동을 하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도 했다”며 “(미디어 분야 경력이 전무한) 김 후보자를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한 것은 이동관 전 위원장이 했던 위헌적인 방송 장악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중앙수사부장, 부산고검장 등을 지낸 김 후보자는 검사 생활 27년의 대부분을 조직폭력 수사 등 강력부에서 보냈다. 김 후보자가 중수부장일 때 윤 대통령이 그 아래 중수2과장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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