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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중일 연내 정상회담 불투명…중국 소극적 태도에 ‘삐끗’

등록 2023-11-26 22:04수정 2023-11-27 09:00

왕이 외교부장 일정 등 이유로
3국 외교장관 기자회견·만찬 무산
일본은 “위안부 판결 유감” 으름장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한·중·일 외교장관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아펙(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한·중·일 외교장관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

한·중·일 외교장관이 26일 부산에서 4년3개월 만에 회담했으나 정상회의 개최 일정을 잡지 못해 연내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장관회의를 마친 뒤 “세 장관은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선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하고 앞으로 정상회의 개최가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전이 없음을 에둘러 밝혔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직전 연합뉴스티브이(TV)에 출연해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의) 문을 닫진 않았지만 지금 연내 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외교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3국 정상회의 개최와 협력 복원 및 정상화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 또한 여러번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면서도 “여러가지 고려 요인이 있기에 이번 회의에서 개최 날짜를 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장국인 한국 정부의 바람과 달리 3국 정상회의 일정이 잡히지 못한 배경엔 중국의 소극적 태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한국의 미국 편향 외교), 일본(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금지)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서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과 만찬 등을 계획했으나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일정 등을 이유로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3국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박 장관은 일본, 중국과 잇따라 양자 회담도 했다. 먼저 일본과의 만남에서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23일 나온 한국 법원의 2차 ‘위안부 재판’ 결과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어진 중국과의 만남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9·19 남북군사합의 무효 선언에 관해 한국과 이견을 나타냈다.

이날 회담 직후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내어 “가미카와 외무상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부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판단을 취소하고, 청구 금액 전부를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외교부는 따로 낸 보도자료에서 이런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외교부 관계자는 ‘박진 장관이 위안부 판결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일본에 밝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 국가 간의 공식 합의로서 존중하고 있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일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28일 일본 정부로부터 10억엔의 기금 출연을 받으며, 이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 이견이 노출됐다. 박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의 효력을 정지한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처”라며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고 추가 도발을 위협하고, 그 책임을 우리 쪽에 전가하는 태도를 분명히 지적했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각 주체가 냉정을 유지하고 정치적 해결의 큰 방향성을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철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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