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 유세 중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을 펴며 여권을 압박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면서 여권의 쇄신 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에 안주해 ‘보궐선거 승리→총선 패배’를 겪었던 12년 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뒤 “우리 당이 아닌 국민의 승리”(이재명 대표)라며 한껏 낮은 자세를 취했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쇄신 작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15일 한겨레에 “선거 참패의 충격파가 국민의힘을 변화로 떠밀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긴장해야 한다”며 “강서구청장 선거는 쇄신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12년 전 사례가 거론된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였던 박원순 무소속 후보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7.19%포인트 차이로 앞서 크게 승리했다. 하지만 6개월 뒤인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127석)이 새누리당(152석)에 25석 차이로 패배했다.
2011년 12월 말,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꾸려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는 김종인·이준석·이상돈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등 중도 확장적 행보를 보였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 ‘정권 심판론’이 팽배한 상황에서도 야권연대 추진·공천 과정에서 세력·계파 간 갈등으로 끊임없이 잡음을 빚다가 지지율이 크게 추락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당시 엠비(MB) 정권 임기 말 거센 혁신의 압박을 수용했던 새누리당은 보수·중도 연합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으나,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안주해 패배했다”고 짚었다.
민주당 안에서는 총선을 앞둔 혁신 과제로 당내 주류는 ‘다선 물갈이’를, 비주류는 ‘팬덤 정치 청산’을 거론하는 등 동상이몽 격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물갈이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 질적으로 훌륭한 후보들이 공천되는지 눈여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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