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전력공사(한전) 등이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전기·가스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도 이를 미뤄, 공기업 재무 위기를 유발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책을 빌미로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 감사’가 거듭되고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10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등 30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해 이날 104건의 지적 사항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름에 따라 산업부는 2021~2022년 전기·가스 요금을 올리려고 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 탓에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요금 인상이 유보됐다. 특히 2022년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2021년 말 청와대와 부처 간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는, 바로 요금을 올리자는 산업부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1분기엔 동결하고 추후 시기 등을 조율하자’는 기재부 안이 채택됐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지난해 한전 영업적자가 32조7천억원 발생하는 등 공기업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전 정부가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으로 2조원 상당의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가령 산업부는 원전 건설 지연 등으로 인해 대체 에너지인 천연가스(LNG) 수요가 미리 세워둔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매년 10%가량 더 발생했는데도 이를 과소 전망했다고 봤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늘어난 수요에 수시 현물 구매로만 대응해 고가 구매와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국서부발전의 경우엔 2019년 3월 출자금 예산 약 31억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2021년 4월 중단해 손실을 봤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치 감사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감사는) 정책적 사안”이라며 “어떤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았다. 특별히 전 정부를 타깃(목표)으로 한 감사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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