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1킬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했다. 이로써 4분기 시작(10월1일)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할 가능성이 크지만, 4분기 전기요금은 분기 중에 인상될 수도 있다.
한전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연료비조정단가에 월 사용량을 곱한 값)으로 구성되는데, 연료비 조정단가는 일단 동결된 것이다.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와 자사 약관에 따라 매 분기 마지막 달 21일 연료비조정단가를 공표해야 한다.
다만 전력량요금은 전력당국이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4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2분기(4∼6월)에도 분기 중인 5월15일 전력량요금을 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한 사례가 있다.
실제 전력당국은 한전의 누적적자, 고유가, 물가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의 시기와 폭 등을 고심하고 있다. 당초 내년 4월 총선과 물가 부담 등의 문제로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컸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 변수가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방향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전날 취임했고, 이번 달 말은 추석 연휴, 다음 달에는 국정감사가 있는 만큼 요금인상 시기와 폭 검토 기간은 길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전력당국은 전기요금 인상의 조건으로 한전 구조조정을 내걸고 있다. 김 사장은 전날 한전의 경영혁신과 내부개혁 없이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방 장관도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에게 그런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준 정도가 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행 없이는 그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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