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감사원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 사무처의 수사 의뢰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권익위 실무진에게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등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무처의 주장을 반박하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전 전 위원장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수사를 검찰이 맡는 데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한 2020년 9월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전부 실무진이 한 것으로 하라”며 실무진에게 라디오 출연과 허위 인터뷰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 사무처가 지난해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사무처는 그 주요 근거로, 전 전 위원장이 2020년 9월14일 유권해석 담당자들을 불러 “라디오 방송을 잡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사흘 뒤인 9월17일 문화방송 ‘김종배의 시선집중’(시선집중)에서 진행됐고, 임윤주 당시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이 출연했다. 사무처는 전 전 위원장의 ‘강요’로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사무처 판단과 반대로, 시선집중 제작진이 먼저 인터뷰를 요청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이 9월15일 권익위 대변인실에 ‘전 전 위원장 또는 권익위 간부의 인터뷰’를 먼저 요청했고, 이튿날 대변인실에서 ‘임윤주 국장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답변한 내용이라고 한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한겨레에 “제작진이 추 전 장관 아들 관련 이슈를 논의했고, 권익위 입장을 들어보려고 섭외 요청을 했다”며 “권익위 쪽에서 먼저 연락을 받은 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사무처는 당시 섭외 관련 논의가 이뤄진 카카오톡 대화방 참석자들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위원장은 인터뷰 강요 등과 관련해 무고 혐의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처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상황이다. 인터뷰 ‘강요’가 아니라 ‘섭외 요청’이었다는 반박이 나옴에 따라, 공수처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주목된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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