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갑을 지역구로 둔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내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하 의원의 서울 출마를 당이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선을 6개월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부산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해운대갑에서 지난 19대 때부터 내리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서울 출마는 정치 소신”이라면서도 당에서도 관련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지난 8월 말 그에게 서울 출마를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총선 서울 출마를 두고 ‘정치 소신’에 따른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당내 비주류로서의 입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당 영남 지역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3선의 하 의원이 해운대갑에서 다시 공천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당내에 퍼졌던 만큼, 그가 공천을 못 받을 바엔 선제적으로 서울에 출마해보자는 생각을 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해운대갑은 대통령실 출신인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의 출마가 꾸준히 거론돼왔다.
당내에서는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신호탄으로 일부 다선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11명인데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 의원들이 절반(56명)에 이른다. 부산의 경우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등이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어 현역과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티케이(TK)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현역 물갈이 비율이 높았다. 21대 국회에서 대구는 12명 현역 중 7명이 초선, 경상북도는 현역 13명 중 7명이 초선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는 다선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던 김태호 의원(3선)의 수도권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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