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위기에 놓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야권의 중심인물로서 입지를 찾을 반전 기회를 잡았다. 지난 21일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 뒤 당 내홍이 극심해진 가운데, 당 장악력을 한층 키워 생환한 이 대표는 ‘통합’과 ‘응징’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당분간 통합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새벽 4시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온 이 대표는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통화하는 등 곧바로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는 진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 선거이자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28일에도 조정식 사무총장으로부터 강서구청장 선거 현황을 보고받고, 오후에는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와 원내 현안을 논의하는 등 병상에서 당무를 챙길 계획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포동의안 가결로 촉발된 격렬한 당 내분이 수습 국면에 들어설지 주목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분명한 원칙과 기준 아래 반목과 분열에는 단호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 다시 원팀”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도 정부·여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당내 통합’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친이재명계 지도부 의원들은 여전히 ‘체포동의안 가결’ 의원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결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당원 청원이 5만명이 넘게 되면 당이 답변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또한 과거에 당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감찰 지시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 같은 지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강서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단일 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당분간은 또 다른 내분 요인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단식과 체포동의안 가결, 영장 기각에 이르는 우여곡절 끝에 당 지도부가 ‘친명 독주체제’로 재편되고 사법리스크까지 일부 제거된 상황에서 떠들썩한 갈등 상황으로 얻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승기를 잡았는데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 당분간은 이 대표가 비명계를 보듬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추석 연휴 뒤 본격적으로 당무에 복귀할 이 대표가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 사퇴로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비롯해 △체포동의안 가결 의원 징계 △당 통합기구 설치 등에 어떤 구상을 밝힐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표의 ‘진의’는 연말부터 본격화할 내년 총선 공천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이 속한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을 다수 포진시키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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