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출발하며 고민정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26일 민주당은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 구속 여부에 따라 당 안팎의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와 정국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8시30분께 입원 중이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했다. 정청래·고민정·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 10여명은 법원 출석에 동행하는 대신 병원 앞에서 한줄로 늘어서 이 대표를 배웅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팡이를 짚고 나온 이 대표를 보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앞에서는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향해 “힘내시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 대표는 이들을 향해 한 손을 들어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는 물론이고,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한 정치적 발언이나 사법부 압박으로 비칠 만한 언행은 최대한 자제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후보자 정견 발표와 1차 투표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이 “왜 비공개로 진행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선거관리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이 시각 현재, 이 대표가 법원에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어, 가급적이면 원내대표 선거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치러야 한다는 뜻에서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변 의원은 “다들 착잡한 심정이시겠지만, 제1야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영장심사 받도록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드릴 말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익표 의원이 이런 당내 분위기를 담아 어두운 표정으로 수락연설을 하자, “힘 좀 내라” “민주당 화이팅” 같은 의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통상 원내대표 당선자에게 축하의 의미로 전달하는 꽃다발도 없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촉발된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됐다. 이날 오전 9시 안민석·김영주·김상희·노웅래·안규백 등 일부 중진 의원들은 함께 모여 당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놓고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부는) 당론으로 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엄격하게는 해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사법부를 겨냥해 이재명 대표 구속을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제1야당의 대표라는 지위가 영장 기각 사유가 된다면 사법부 스스로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탄원서 또한 영장 기각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 의원 168명 가운데 161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이 대표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우연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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