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포털 때리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보도한 뉴스타파·문화방송(MBC) 소속 기자 6명을 최근 고발하며 비판 언론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포털 때리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창구로 포털을 지목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려는 포석과 함께 언론사 포털 입점 및 제재를 심사하는 민간 자율 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정부 관리 아래에 두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중 의원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이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조작한 가짜뉴스를 뉴스타파가 대선 3일 전에 악의적으로 퍼뜨렸는데도, 네이버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2018~2023년 제평위 심사를 통해 87개 언론사를 퇴출한 것처럼 동일한 잣대로 뉴스타파를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출범한 제평위는 포털에 입점하고자 하는 언론사를 심사하고 제휴 언론사 뉴스를 심의·제재하는 민간 자율기구다.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 주최로 전날 열린 ‘가짜뉴스를 통한 선거공작 어떻게 막을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발언이 이어졌다. 박기완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네이버가 스스로 좌파 언론이 돼 진지를 구축하고 조직적 저항을 벌이는 건 아닌지, 네이버가 그렇지 않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제평위를 대체하는 공식 기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예고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해 5월 제시한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에는 △제평위원 자격 기준 법적 규정 △제평위 회의 속기록 작성·공개 의무화 등이 담겨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제평위 법정기구화 협의체’를 꾸려 법제화에 필요한 논의를 한 뒤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제평위 또는 유사 기구를 법제화해 포털 뉴스 운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통제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송경재 상지대 교수(사회적경제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빌미로 포털뿐만 아니라 언론을 제한하려는 것은 위험한 접근방식이자,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정부를 감시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고유 기능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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