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탄핵 소추 당할 상황에 처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추진을 멈추고, 수사 외압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이 장관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한 게 맞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운 측면이 있다”며 “야당에 밀리지 않고 나설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참모는 “내부 항명이 겉으로 표출됐기 때문에 장관을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채아무개 해병대 상병 순직 수사 처리 과정에서 이 장관이 군 장악력을 상실한 것으로 여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이 장관은 군 검찰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고 해병대 부사령관에게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 소추를 추진해 왔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기 전에 이 장관 문제를 매듭짓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박정환 육군총장과 이종호 해군총장을 비공개로 만나 자신의 심경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장관으로서 일하며 느낀 소회와 당부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탄핵 소추 추진을 일단 멈추기로 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해임이 아니라 이 장관 본인이 사의를 표명해서 교체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탄핵안이 반드시 추구해야 할 절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방부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특검법 추진을 통해서 장관을 포함해 외압에 관련된 이들의 책임을 계속 확인하고 추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3일께 이 장관을 포함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교체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13일에 세 부처 동시 개각을 하는 게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사의까지 표명한 상황에서 인사를 더 늦출 수 있겠냐. 이르면 13일 윤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장관 후임으로는 장성 출신으로 강경보수 성향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거론된다. 문화부 장관 후보자로는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보가,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언급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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