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오전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53) 변호사는 4일 “박 전 단장에 대한 지난 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인멸될 증거는 다 자기들(국방부)이 가지고 있는데 (박 대령이) 인멸할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며 “27년 군복무를 한 사람이 단순히 공명심이나 자존심 때문에 그랬겠냐. 박 대령은 처음부터 이 사건의 배후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박 대령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군검사 쪽에서는 박 대령이 증거 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인멸할 증거가 없다. 게다가 박 대령이 항명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경찰에 수사자료 이첩을 며칠 먼저 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항명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닌가. 군사법원이라서 당연히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들 예측했는데, 그건 군사법원 판사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군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 같은가?
“상식이 있는 군 검사라면 영장을 재청구할 게 아니라 이 사건을 불기소하고 끝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8일 고발인 신분으로 박 대령을 불러 고발 경위 등을 확인하겠다고 한 만큼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사 외압 의혹을 조사한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 7월31일 나눈 대화 녹취에 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령 쪽이 8월29일 공개한 진술서를 보면, 박 대령은 당시 김 사령관에게 ‘수사 혐의자·혐의 내용 삭제 요구’에 대한 까닭을 물었다. 이에 김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브이아이피(VIP·대통령 지칭) 주재 회의 때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브이아이피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했다.
-박 대령과 김계환 사령관이 나눈 대화 녹취가 있는가?
“내가 박 대령에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박 대령은 처음부터 이 사건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통령과의 싸움인데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메모만 가지고 나왔겠는가. 녹음파일의 존재 여부를 물어봐도 부담이 안 되는 상황이 되면 내가 물어볼 것이다.”
-박 대령과 김 사령관의 진술이 엇갈리는데.
“김 사령관이 첫 진술조서에서는 경찰에 수사자료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이후 점점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거짓말이다. 반면, 박 대령의 진술은 ‘김 사령관과 이첩 보류를 상의만 했다’는 것으로 일관된다.”
-야권에서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고위층이 수사 결과를 수정하라는 외압에 개입해 있으니, 특검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국정조사도 필요하다. 바로 특검으로 가는 것보다는 국정조사를 통해 팩트를 모은 뒤 특검을 하면 특검이 부담을 덜 것이다. 둘 다 병행해야 한다.”
-향후 어떻게 변호할 것인가?
“지금까지 군검찰이 불리한 진술을 유도했기 때문에 박 대령이 진술을 거부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니 이제부터는 그들의 논리를 제대로 반박하겠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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