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에 있는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여당 안에서도 “매카시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을 두고 “그건 반역사다. 매카시즘으로 오해받는다”고 비판하면서 “그만들 하라.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홍 시장은 홍 장군이 “박정희 대통령 이래 김영삼 대통령까지 보수 정권 내내 훈장도 추서하고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유해를 봉환하여 대전 현충원에 안장까지 한 봉오동 전투의 영웅”이라며 “(1920년대) 당시로서는 불가피했던 소련 공산당 경력을 구실 삼아 그분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한다고 연일 시끄럽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어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 참 할 일도 없다”며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정희 대통령이 1962년 홍범도 장군에게 추서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정부의 흉상 철거 계획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흉상 철거 계획이 “천박한 정치선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우는 것은 철 지난 색깔론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총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윤석열 정부의 천박한 정치선동”이라며 “항일 독립투쟁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 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의 설명대로 ‘공산주의 경력’이 흉상 철거의 이유라면, 남조선노동당 조직책 출신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숱한 흔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하라”고 압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 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나. 그게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이냐”며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흉상 철거 방침 취소를) 숙고해달라”고 적었다.
2018년 3월1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제막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표지석.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 제공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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