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모임 공간에서 열린 ‘새로운정당추진위원회(약칭 새로운당)의 ‘치맥 정치 토론회’에서 금태섭 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투표장에 가면, 돈가스를 먹고 싶은데 청국장이랑 된장찌개 중에 고르라고 하는 느낌이에요. 배스킨라빈스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40대 자영업자라고 밝힌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박수와 웃음소리가 터졌다. 지난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모임 공간에는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 ‘새로운정당추진위원회’(약칭 새로운당)가 주최한 ‘치맥 정치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토론회였다.
토론회는 통상적인 정당 행사보다 자유롭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마주 보며 둘러앉아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시며 이야기했다. 한 참석자는 금 전 의원에게 “정치인들 똑똑한 거 알지만, 자기가 얘기하기보다 남의 얘기를 좀 들어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의 울분이 풀릴 수 있다”고 직격타를 날리기도 했다.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 모인 이날 참석자 30명은 대학생과 자영업자, 회사원까지 직업군이 다양했다. 20·30대 남성이 절반을 차지했고, 10대도 2명 있었다. 참석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국민의힘·정의당 당원도 있었다. 심지어 “궁금해서 몰래 왔다”는 원내정당 당직자도 있었다.
이들은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을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한 20살 남성은 “정부·여당은 전 정부 탓을 하고, 민주당도 어떻게든 상대 당에 흠집을 내려고 하는 등 서로를 악마화하고 있다”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혐오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20살 남성도 “인기 정치인에 기대는 이전의 제3지대 정당과는 달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달 첫 토론회에 참석한 뒤 국민의힘을 탈당했다는 한 청년 남성은 “국민의힘과 달리 여기 계신 분들을 보면 동네 형 같고 편하게 느껴지더라. 이 당에서라면 정치에 참여한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당의 목표를 수도권 30석으로 내걸고, 오는 9월 말 창당 발기인 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신당 난립, 정의당의 불투명한 합류 여부, 예측 불허의 선거제 개편으로 제3지대의 앞길은 험난하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만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면 할 수 없겠지만, 지난 10년간 양당 정권을 보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당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격주로 토론회를 계속 연다는 계획이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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