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통일부 차관(왼쪽)이 28일 오전 10시30분 정부서울청사 6층 통일부 기자실에서 남북 회담·교류협력·출입 업무를 맡은 조직을 통폐합하고 ‘납북자 문제 대책반’을 신설하는 것을 뼈대로 한 통일부 조직·인력 대폭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열다섯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이날 통일부는 김 장관 임명 발표 직전 남북 회담·교류협력·출입 업무를 맡은 4개 조직을 없애 소규모 전담기구로 재편하고, 장관 직속의 ‘납북자 대책반’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장관 공백기’에 “통일부는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윤 대통령 의중이 그대로 담긴 개편안을 ‘대리 발표’한 셈이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에서 “지금 남북 간의 대화·교류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부도 국제 상황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남북회담본부(실장급)·교류협력국·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남북출입사무소(이상 국장급)를 통합해서 별도의 (국장급) 전담기구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차관이 통폐합 대상으로 밝힌 4개 국실은 남북 회담·교류협력·출입 업무를 맡아온, 통일부의 ‘영혼’에 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인력만 통일부 전체의 20%가 넘는 140여명이다. 교류협력국은 지난 4월 통일부 조직 개편 때 실에서 국으로 격하된 데 이어 이번엔 조직 자체가 없어질 처지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설치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지난 4월 사무처만 남고 해체된 데 이어 이번엔 사무처마저 없어질 위기다. 하지만 현행 정부조직법은 통일부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31조에서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일부 업무의 알짬을 내팽개치는 조직 개편인 셈이다.
대신 문 차관은 납북·억류자 문제를 다룰 조직을 신설하고 대북 정보 분석 기능은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영호 장관이 무진장 강조하는 부분이자 (윤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는) 대한민국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며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 문제 대책반을 (공식 조직으로 새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차관은 “(조직 개편 문제에서) 중점적으로 또 하나 본 것은 북한 정보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하는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것”이라며 “국내 정보 부서와 정보를 공유·협의하고 필요하면 외국 정보 커뮤니티와도 교류해서 통일부만이 가진 정보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정보 분석과 북한 인권 분야에 외부 인력을 영입하겠다는 뜻도 표시했다.
문 차관은 조직 개편으로 “80명이 조금 넘는 선에서 인력 재편(감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통일부 폐지를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초기 80명(15%) 감축을 넘어서는 규모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지금 정부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나 교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 문 차관은 8월 말까지 조직 개편을 마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통일부의 조직 개편 발표는 김영호 장관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이뤄졌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조직 개편을 짜고 추진한 주체가 문 차관인지 용산 대통령실인지 따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용산 대통령실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유총연맹 창립 69돌 연설에서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난 4월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는 통일부에 “(대북) 대응 심리전”을 주문했다.
한편, 통일부 산하 법정 출연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52명)은 ‘조직 해산’ 방침이 이미 통보된 상황이다. 통일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29명) 역시 정부로부터 인력·예산 대폭 삭감 방침을 통보받았다. 두 산하 기관의 해산·축소까지 더하면 실제 통일부 관련 업무 인력 감축은 150명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문 차관은 “(통일부 소속인) 전 통일비서관을 포함해 1급(고위공무원 가급) 6명의 사직서를 제출받았다”며 통일부 고위직을 전면 교체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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