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놓고 실시한 ‘국민참여 토론’이 3일 밤 종료되면서, 이 토론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당 투표는 헌법에 따라 보호돼야 할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제로 잡고 사실상 ‘인기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모으겠다는 것이어서 주제 선정 때부터 논란에 휩싸였고, 토론 과정에서도 조직적 여론몰이 움직임이 드러나면서 결과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일 오후 5시 현재 대통령실 국민제안 코너의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라는 국민참여 토론에는 댓글 참여자가 13만여명이다. 이는 앞서 국민참여 토론 주제였던 ‘텔레비전(TV) 수신료 징수 방식’ 토론(댓글 수 6만3800여건),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토론(댓글 수 1900여건)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댓글과 별도로 모인 ‘추천’ ‘비추천’ 의견을 보면,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을 뜻하는 ‘추천’은 12만8600여명으로, 반대를 뜻하는 ‘비추천’(5만1900여명)의 2.5배 정도다.
이번 투표는 사실상 여론 동원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이번 국민참여 토론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 뒤 ‘추천’ 투표수가 급증하는 양상이 벌어졌고, 각종 에스엔에스(SNS) 단체방에서 조직적 표심 동원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들이 직접 나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실상 ‘찬성’ 의견 쪽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 사람이 가진 에스엔에스 계정만큼 중복 투표(어뷰징)를 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여론이 많이 수렴되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댓글 내용을 보고 국민이 어떤 부분을 문제로 생각하는지, 여론 분위기와 의미를 따져보겠다”며 “추천·비추천 숫자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특정 성향 지지층이 밝힌 의견을 명분 삼아 “국민 다수가 원한다”며 법을 바꿀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은 앞서 전기요금에 합산해 징수하던 텔레비전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구실로 ‘국민참여 토론’을 들었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이달 안에 토론 의견을 취합해 국민제안심사위원회에 해당 의견을 전달하고, 심사위는 논의를 거쳐 관계 부처에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심사위 구성과 활동 내용, 회의록은 모두 비공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회는 불편을 끼치는 것을 본질적인 속성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을 핑계로 규제 강화의 찬반을 묻는 것은 집회 규제 강화를 합리화하려는 여론몰이”라며 “민주적 기본권을 후퇴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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