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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카르텔’·‘4대강’, 최악 수해에도 국민 갈라칠 궁리만 하나

등록 2023-07-18 18:10수정 2023-07-18 18:30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을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자신이 여러차례 이권 카르텔로 지목해온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이번 수해를 계기로 모두 없애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참으로 기발하다. 각종 재해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이미 발생한 재난에 대해선 정부가 가능한 자원을 신속히 투입해 구조와 복구,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당연히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해 복구 재원과 민간단체 보조금 폐지를 곧장 연관시킨 대통령의 발상과 발언은 너무나 조악하고 억지스럽다. 이번 수해와 보조금 지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재난 관련 재원 및 예비비와 민간단체 보조금은 근거 법령이나 계정 분류도 다르다. 굳이 민간단체 보조금까지 전부 가져다 수해 복구에 써야 할 형편이라면 왜 그런지 이유와 규모를 국민 앞에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마치 이참에 ‘미운 놈 때려잡자’는 식으로 다짜고짜 “보조금 전부 폐지”를 선전포고하듯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여러번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시민단체들을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고 ‘타파하겠다’고 위협하듯 공언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보조금 폐지를 들고나오니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평소 자신이 눈엣가시로 여겨온 민간단체 보조금 지급을 끊기 위해 수해라는 국민적 재난을 이용하려는 것처럼 비친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번 수해를 핑계로 ‘4대강 사업’ 띄우기와 전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기현 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은 17일 충청북도 수해 지역을 찾아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지류·지천 정비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정 의원은 “‘4대강’으로 물그릇을 크게 만들어 금강의 범람을 막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때려 부쉈다”며 참담한 수해를 정쟁 소재로 삼았다.

수해를 비롯한 재난은 국민 누군가의 슬픔, 절망으로 귀결된다. 그런 국민에게 힘이 돼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정략적 목적에 이용만 하려 든다. 지난해 수해 때 그렇게 원성을 사고도 얻은 교훈이 전혀 없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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