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했다. 특혜 채용 의혹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크다는 것이 선관위가 내세운 이유지만, 여권의 압박과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적절한지를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특혜 채용 의혹을 뺀 직무감찰 등 선관위 전반에 대한 감사는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선관위 청사에서 선관위원회의를 열어 “최근에 발생한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관위는 헌법 97조를 근거로 ‘고유 직무’에 대한 감사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 97조에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를 ‘행정기관 및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를 근거로 선관위 직무감찰이 가능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 조항에는 감사원 감찰 제외 대상기관으로 국회·법원·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만 명시돼 있다. 선관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무감찰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에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2일 감사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를 받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여권의 압박과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비롯해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3차례나 선관위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을 비판하며 국회에서 선관위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와는 중복되지 않도록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했으므로 감사 거부 등과 관련된 수사요청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관위의 ‘부분 감사수용'이라는 표현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선관위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물러난 송봉섭 사무차장 후임으로 허철훈 서울시 선관위 상임위원을 새 사무차장으로 임명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