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했다.
선관위는 9일 오후 경기 과천 선관위 청사에서 위원회의를 열어 “최근에 발생한 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에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원 9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감사권의 감사 수용 여부를 놓고 3시간40분가량 회의를 했다.
다만, 선관위는 헌법 97조를 근거로 ‘고유 직무’에 대한 감사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 97조에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를 ‘행정기관 및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점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를 근거로 선관위 직무감찰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조항에는 감사원 감찰 제외 대상기관으로 국회·법원·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만 명시돼 있다.
이에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 범위에 관해 감사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다투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청사를 빠져나갔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선관위 규탄대회에 들어갔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오전 후보 검증을 거쳐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물러난 송봉섭 사무차장 후임으로 허철훈 서울시 선관위 상임위원 새 사무차장으로 임명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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