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각각 주한 일본대사와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각 당 대표가 외교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그동안 경색돼 있었던 한-일 관계를 보며 답답함을 느꼈던 터라 지금의 관계 회복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악의적 선전·선동은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고, 어민에게 막대한 피해만 일으(킨다)”며 “그런 만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불신을 없애는 일에 일본의 투명하고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아이보시 대사는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하면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성실한 설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도 서울 중구 중국대사관을 찾아 싱하이밍 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미·일 양국에 치우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의식한 듯 “한-중 수교 이후에 양국의 국민들 간에 신뢰와 존중이 최근에 많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대응도 (두 나라가)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또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싱 대사는 “중국과 한국은 자국민들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를 최선을 다해 저지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싱 대사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며 한-미 관계와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는 등 미국 일변도의 ‘가치 외교’를 이어오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오랫동안 양국 호혜 협력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며 이 대표를 향해 “양국 관계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성북구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싱 대사와 만찬 회동을 했다.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2시간여 동안 이어진 만찬에서 “이 대표와 싱 대사가 한중경제협력과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교환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