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물질 오염수 바다 방류를 반대하는 농어민 단체의 결의대회가 지난 2월 제주도청 앞에서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특파원 칼럼] 김소연 | 도쿄 특파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방사성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달 중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을 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일본 정부는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원전 폭발 사고로 발생한 130만t 이상의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내보내는 초유의 일인 만큼, 이곳저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과 인접한 한국 수산업계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인 국가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1년 넘게 ‘국민 건강을 위해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하겠다’는 원론적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을 상대로 연일 ‘괴담 공격’에 총력전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에도 관계부처 장관들과 후쿠시마를 방문한 정부 시찰단까지 참여한 회의에서 ‘괴담 운운’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방사능 괴담’이 어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정략적 의도로 광우병 시즌2를 열려다 횟집, 수산시장 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런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틀리고, 근본적 원인을 외면하게 만든다. 민주당이 나서기 훨씬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2021년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5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2%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어떤 나라도 해본 적이 없는 대량의 오염수 방류, 세계 저명한 과학자들까지 안전성이 불확실하다고 경고하는 속에서 소비자들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미세먼지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없는 사회, 기후변화 재앙을 시시각각 목격하며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환경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염수의 용어도 ‘알프스(ALPS) 처리수’라 이르고, 각종 광고를 통해 ‘오염수는 안전하다’고 세뇌하듯이 홍보를 하는 일본에서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수산물 소비 감소는 당연한 피해로 생각하고, 한국과 달리 특별 대책까지 마련했다. 경제산업성은 수산업 피해 등을 줄이기 위해 기금 800억엔(약 7500억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도쿄전력은 개별 피해는 지역·업종·기간에 제한 없이 배상하기로 했다. 수산업계 등의 피해 원인이 오염수 방류 자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윤 정부와 여당이 국민 건강과 수산업계를 진심으로 위한다면 ‘괴담 운운’은 그만두고, 두 가지를 서둘러야 한다.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수산업계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피해는 자국에만 그치지 않고 주변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도쿄전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검토도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위험 요소를 최대한 낮춰야 할 의무가 있다.” 2019년 4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해 일본이 제기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1심 패소를 뒤집고 ‘역전 승소’했을 때, 한국 정부가 거듭 강조한 내용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가의 의무가 달라질 수는 없다.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