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미 동맹 70돌을 맞아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가치동맹 강화를 기초로 한 미국과의 결속력 강화가 핵심이다. ‘워싱턴 선언’에서 도출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 안보동맹의 획기적 강화는 물론, 경제·기술·문화·정보 등 협력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확장해 한-미 밀착 기조가 심화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협력과 신냉전 구도 편입을 공고화한 외교정책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통해 안보동맹 강화를 천명하면서 양적·질적 변화를 예고했다. 두 나라는 북핵 대응 확장억제를 논의할 차관보급 정례협의체인 핵협의그룹을 신설하고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한반도 전개 확대, 핵 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작동을 명문화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에 한국형 확장억제의 실행계획을 담아냄으로써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한·미는 아울러 △미국 핵 작전에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과 기획 협력 △한반도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훈련 활동 강화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 도입 △핵전력 운용을 책임지는 미 전략사령부와의 새 도상훈련 등을 통해 연합방위태세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은 워싱턴 선언에 한국의 비핵화 유지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준수를 포함하면서 일각에서 불거지던 ‘한반도 핵무장론’을 배척했고, 한국 정부로부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약속받았다. 동시에 한·미는 대북 강경 기조에 발을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 국가들에 핵 공격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지원 협력’도 약속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두 나라는 이밖에도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의 신원확인에 관한 정상 공동성명 △양자 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 △한-미 우주탐사 협력 공동성명 등을 채택했다. 김태효 차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은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경제·기술·문화·정보동맹의 다섯개 기둥이 자리잡았다”고 자평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과 관련해 공동성명에 “한·미 양국이 기울여온 노력을 평가”하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한다”는 언급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일 협력 강화의 결정적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공동의 가치를 따르고, 혁신을 동력으로 하며, 공동의 번영과 안보에 대한 의지에 기반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부분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정치적 용기”라며 힘을 실어준 것도 이런 방향성을 방증한다. 한·미·일은 다음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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