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을 두고 “세계 정보시장에서 도청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보안을 뚫린 우리 정부가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 도청이 이뤄지고 있다. 이건 정보당국이 하는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보안이) 왜 뚫리나? 그건 우리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방문 중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는 “도청에 악의, 선의가 어딨냐. 그 자체가 불법이고 나쁜 것인데, 어떻게 이 따위의 말을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태효 1차장은 이명박 대통령 때 비서관으로서 우리나라 외교와 대북정책을 망친 분인데, (그때) 실패한 사람을 윤석열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에 같이 살아서 등용을 했다. 또 한 번, 윤석열 정권의 외교를 망친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는 “김태효 똑똑히 하라 그러세요”라고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에게도 “미국이 도청을 했다고 하면, 주권국가로서 국민 감정과 언론, 야당의 문제제기를 지렛대 삼아 외교로 승화시키는 것이 좋지, ‘가짜뉴스다’ 식으로 몰아붙이면서 야당과 일부 언론을 외교의 방해 세력으로 지목하는 건 잘못”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도·감청 정황이 있는) 상당수 문건이 조작된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정부가 진상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진상이 파악되면) 한미 간에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년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이므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이 새롭게 다져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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