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1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열린우리당 여성리더십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노대통령과 2시간 면담…사퇴 관철시켜
‘고건연대 불발’ 이후 정치력 논란 불식
‘고건연대 불발’ 이후 정치력 논란 불식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이해찬 총리의 사의를 수용함에 따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힘’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 의장은 노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요청하고, 이를 조기에 ‘수용’시켰다.
정 의장은 이날 밤 열린우리당의 여러 의원들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정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 상당히 강력한 톤으로 이 총리의 사퇴 수용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작심’을 하고 노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께 청와대로부터 면담 일정을 통보받은 뒤, 김한길 원내대표와 만나 노 대통령에게 전할 의견을 조율했다. 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조율한 내용의 핵심은 ‘할 얘기를 다 하고,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며, 후임 총리 인선의 원칙까지 개진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의견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를 통해 정 의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당 안팎의 ‘정치력’ 논란을 불식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3·1절 골프’ 파문이 불거진 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 한쪽으로부터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만을 의식해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을 받아오던 터였다.
여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3·1절 골프 파문과 고건 전 총리의 연대 거부 등 온갖 악재를 겪은 열린우리당, 그리고 정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전해진 면담 분위기로 볼 때, 이 총리의 거취 문제는 면담 초반에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시간은 지방선거 전략과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 하반기 국정운영 전략에 대한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정 의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당의 기류도 일단 정 의장에게 불리한 쪽으로 흐르지는 않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에서 몰아붙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일단락된만큼 당내에서 더 이상 이 문제로 (지도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야파의 한 의원도 “정 의장에 대한 당내 불만과 갑갑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결론이 내려진만큼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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