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6월 출국해 미국에 체류하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인상을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하면서 그의 행보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 쪽은 ‘정치적 행보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귀국이 정계 복귀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일 귀국한 이 전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인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조문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대선 경선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재명 대표는 약 20여분 동안 빈소에 머물렀다. 동석한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가 ‘미국에서 강연한 내용이 참 좋다’고 하니, 이 전 대표가 향후 귀국 일정 등을 소개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며 “이후 ‘당을 잘 이끌어달라’고 이 전 대표가 덕담하니 이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치적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쪽은 이번 귀국이 정치적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친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빈소에서 ‘이 전 대표 귀국이 정치적 행보와 관련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 귀국을 계기로 친이낙연계가 결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친이낙연계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장례를 도운 이들에게 인사하는 차원의 자리를 만들면서 (이낙연계가) 자연스럽게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오는 6월 말 귀국을 앞두고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 전 대표는 약 열흘 동안 국내에 머문 뒤 오는 18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지만, 이달 말 자신의 총리 시절 외교 경험 등을 담아 한국의 외교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어 5~6월에는 출판 기념회를 열고, 독일에서 강연회를 연 뒤 귀국한다.
다만 당분간 ‘이낙연의 공간’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친이낙연계의 한 다선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가 자칫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질 여지가 있는 만큼 본인도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합리적인 중도 세력을 겨냥한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외곽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이 전 대표의 장인상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대표는 ‘무슨 말을 나눴는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 전 대표를) 위로하고,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답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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