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부터 1박2일간 경남 통영, 전남 순천, 대구 등 동서를 횡단하며 지역 민생 행보를 했다. 대통령실은 영·호남을 오가며 지역경제를 직접 챙기고 시민과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는 취지를 부각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보수 텃밭인 영남에 쏠려있는 행보에 쓴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토요일인 지난 1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대구 삼성라이온즈 구장에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했다. 또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서문시장에서 받은 응원)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 초입부터 행사장까지 500m 가량을 김건희 여사와 약 30분 동안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악수를 나눴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서문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즐겨찾은 보수의 ‘성지’와 같은 곳으로, 윤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대선 후보 시절을 포함해 이번이 네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8일 대선 전날 제주→부산→대구→대전→서울을 훑는 상행선 유세 중 서문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대구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늦깎이로 여기서 사회생활을 하고, 정치를 시작할 때도 여러분께서 불러주시고 여러분께서 키워주신 것”이라며 “대구는 제게 정치적 고향이다”, “마지막에 서문시장에서 기 받고 갈랍니다”라고 연설을 해 박수를 받았다.
이후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해 4월12일, 그는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과의 만남에서 “권력은 서문시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한 뒤 다시 찾은 서문시장에서 그는 “어려울 때도 서문시장과 대구시민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오늘 기운을 받고 가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취임 3개월 만에 국정 지지율이 20% 중반대까지 떨어진 시점이었던 터라, 지지층 결집을 위한 대구 방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에 겨우 걸쳐있고, 당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세를 띠는 시점에 잡힌 현장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통영에서 열린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해 “수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에는 순천으로 이동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호남 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올해 지역 방문 동선을 보면, 영남권 행보가 절반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1일 경북 구미(금오공과대학교)를 시작으로, 지난달 9일 울산(산업현장), 10일 경남 진해(해군사관학교 임관식), 31일 통영, 이달 1일 대구까지 총 다섯 차례 영남권을 방문했다. 이밖에 대전(2회), 충북 진천·청주, 전북 전주, 순천을 찾았다. 김 여사 단독으로는 지난 1월 대구, 지난달 경북 포항을 방문한 바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2일 <한겨레>에 “고정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영남권 지지율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 지역을 찾게 되는 것”이라며 “외연 확장에도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오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자 신분으로 이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불참 이유에 대해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 것에 대해 적절한지 고민이 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념사에서 내놓을 메시지가 윤석열 정부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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