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갑작스런 경질이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합동공연 보고 누락 때문’이라는 말이 대통령실 안팎에서 나오자, 야당은 “언제부터 대한민국 대통령 안보실이 이토록 허접한 곳이 되었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라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야당은 진상 파악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설명과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등을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말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 제안을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한단 말이냐”며 “바로 다음달 있을 방미를 앞두고 밤을 새워 전략을 짜도 모자랄 대통령실이, 대책은 고사하고 온갖 풍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업무 구분도, 프로토콜도, 시스템도 없이, 어느 때보다 복잡한 외교안보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전 실장의 교체 이유를 설명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국민의힘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주당 안에선 ‘안보실 내부 알력’이 김 전 실장 경질의 진짜 이유라는 주장도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면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며 ‘보고 누락설’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전해 듣기로는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보인다. 외교 라인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상당히 우려를 표시했다는데, 그게 안보실 내 외교부 라인과 비외교부 라인의 갈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굴욕외교’ 논란에 휩싸인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안보실 안에서 의견이 충돌한 끝에 김 전 실장이 밀려났다는 것이다. 고민정 의원은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 차장의 알력 다툼으로 실장이 튕겨나간 거다. 김 차장이 실세 권력을 가졌다는 게 현상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역시 보고 누락설이 석연치 않다며 진상 규명을 주장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충격적인 외교사령탑 교체 사유가 밝혀져야 한다. 대통령실은 의혹을 낱낱이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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