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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3권 분립’ 거스른 윤 대통령…일본 논리로 사법부 최종판단 부정

등록 2023-03-16 05:00수정 2023-03-16 16:33

대법, 한일청구권 협정 적용 배제
헌법적 가치 훼손 지적 비판 일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일대사 출신 등 한-일 관계 원로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일대사 출신 등 한-일 관계 원로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사이에 “모순되거나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며 일본 쪽 논리를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이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부정하는 발언이자, 행정 행위로 사법부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논리로, ‘3권 분립’이라는 헌법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30일 내놓은 확정판결에서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는 헌법 전문이 규정한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에 비춰 불법 강점이며 △강제동원은 불법 강점과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 해결을 위해 체결된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가해 전범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약과 법령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며 “국회가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모아 입법을 하면 모를까, 행정부가 행정 행위로 이를 뒤집는 것은 명백히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간 일본 쪽은 △식민지배는 불법이 아니며 △강제동원은 존재하지 않았고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배상 문제가 해소됐으므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일본 쪽 사죄와 배상 참여 없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제3자 변제)을 지난 6일 발표한 직후 ‘백기투항’이란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일본 쪽 주장이 모두 관철됐기 때문이다.

‘제3자 변제안’의 또 다른 문제는 이미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린 소송 외에 현재 계류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추후 확정판결이 나오면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행정부가 이를 뒤집겠다고 예고한 셈으로, ‘사법부 권한 침해’란 위헌적 행태를 반복·지속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은 또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일본 쪽 의구심을 씻으려는 듯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민법상 구상권 행사 시효는 10년이어서 윤 대통령 퇴임 뒤 다시 쟁점이 될 수 있음에도, 일본을 달래려 무리수를 둔 모양새다. 2015년 졸속으로 추진된 ‘위안부 합의’ 당시 문제가 됐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란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대통령실에서는 일본 쪽에 경도된 주장이 되풀이돼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노무현 정부가 내린 결론도 결국에는 1965년도에 정부가 모든 우리 국민 배상 책임을 지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활동한 민관위원회는 대법원 확정판결과 마찬가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위원회 소속이었던 전종훈 신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논의의 기본은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또 다른 위원은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이로써 완전히 종결시킨다든지 그런 얘기는 일체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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