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민주당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모임 ‘민주당의 길’이 31일 공식 출범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증하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이재명 체제 이후’의 구심점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길’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을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이후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진로를 모색해 온 ‘반성과 혁신’ 모임을 확대 개편해 몸집을 키운 모양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친문재인계인 이인영·홍영표·강병원·김영배·김종민 의원과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신동근·윤영찬 의원, 비명계로 꼽히는 이원욱·박용진·조응천 의원 등 23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이 대표에게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의원들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대선 이후 야당이 여당과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히는 데 걸린 시간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짧았다”면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팩트와 무관하게 당 지지도에 하방 압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실책에 기대는 방식으론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이 전국 시도당에 2월4일 열리는 윤석열 정부 규탄 국민보고대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선 총동원령이 일반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논의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우리 당이 제대로 민생에 매진하고 있는지, 사법 리스크에 대해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변화를 줘야 하는데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며 “회복 불능으로 가기 전에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이 쇄신 논의를 구실로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길’이 총선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비판하거나, 현 지도부를 견제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명 색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거나, 기소하는 상황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홍영표 의원은 토론회 중 기자들과 만나 “단일한 목소리, 단일대오가 좋은 것 같지만, 지금 상황을 다르게 판단하고, 다른 것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며 “민주당이 어디로 가고 있나, 정체성이 뭔가, 비전이 뭔가 고민하는 의원들이 모이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길’은 일단 ‘비명 조직’으로 비치는 데 선을 그었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글자가 틀린 데, 엄청나게 다르다”며 “(민주당의) 비전과 전략, 정치개혁과 민생 개혁 등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의 길’은 비명 색채를 덜기 위해 이 대표에게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고 이 대표도 토론회 축사로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원래 정당이라고 하는 것이 다양한 의견, 다양성이 본질이라 생각된다”며 “이런 자리는 많이 있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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