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차가운 바람이 불자 귀를 막으며 걷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날인 24일 여야는 ‘난방비 급증’ 문제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등 제각기 수렴한 상반된 설 민심을 전하며 설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치솟은 난방비 등으로 민심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민의힘은 난방비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후임 정부에 떠넘긴 탓”이라고 비난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연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설 밥상의 최대 화제는 ‘난방비 폭탄’과 ‘말 폭탄’이었다.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들은 물가 폭탄에 경악하고 걱정을 토로했다”며 “대책 없이 오르는 물가도 물가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에 한 ‘이란 실언’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말 폭탄은 설 밥상에 종일 오르내렸다”며 “오죽하면 ‘대통령의 입이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겠냐”고 비판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한 시민이 가스계량기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난방비 급증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렸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2~3배 이상 가스 가격이 오를 때 문재인 정부는 (가스 요금을) 13%만 인상해서 적자가 9조까지 늘어나는 등 모든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몫으로 돌아왔다”며 “탈원전 한다면서 많은 부담을 후임 정부에 떠넘긴 것이 민주당 정부”라고 비판했다. 성 의장은 최근 이재명 대표가 물가 지원금 등 30조원 규모의 ‘긴급민생프로젝트’를 제안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도 여야의 민심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조 사무총장은 “증거가 차고 넘치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선 손끝 하나 대지 않으면서, 오로지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검찰의 횡포에 대해 분노하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했지만, 성 의장은 “정적 제거 프레임으로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시중의 설 민심이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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