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경제부총리 회동을 마치고 각각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고 있다. 여당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내리자고 제안하며 ‘의견 접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국회의장 중재안에서 더 양보할 게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인세 문제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물밑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법인세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은 25%에서 24%로, 200억~3천억원은 22%에서 21%, 영업이익 5억~200억원은 20%에서 19%로 내리자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과세표준 5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자는 정부 제안은 수용했는데, 국민의힘은 그 이상 구간에서도 세율을 낮추자고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3천억원 초과 25%→24%, 5억원 이하 20%→10%)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이날 오전 주재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을 나서면서 “박 원내대표는 ‘새로운 제안이 없는 한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와의 연락도 끊겼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법인세 인하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는데도 여당이 이를 걷어찬 만큼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의원은 “1% 굽히는 것(국회의장 중재안 수용)도 우리가 얼마나 눈치가 보였냐. 더는 우리가 해놓은 말을 지키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래 예산은 정부여당이 ‘이거 우리가 양보할테니까 여기까지 해 주십시오’라고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꽉 쥐고 정부여당이 안일한 태도 취하다 보니까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은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며 초 부자 감세만 신줏단지처럼 안고 있다. 국정 책임질 세력이 초부자를 위한 정치파업에 여념이 없다”며 법인세 감세 방침을 정면 비판했다.
또 다른 쟁점인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배정을 놓고도 갈등은 지속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예산이 법령 위반이라고 삭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법률가로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인사정보관리단을 통해 공무원 조직을, 경찰국을 통해 경찰조직을 장악하려는 대통령의 불순한 시도를 국회가 나서 공식 인정해줄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상위법 제정 취지를 위배한 시행령 개정으로 마치 군사쿠데타처럼 경찰국을 신설해놓고선 위법 여지가 전혀 없다니 과연 판사 출신이 정말 맞는지 의문스럽다”며 “예비비로 지출될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큰 양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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