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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용산 다녀온 주호영, “법인세 1%p 인하 턱없어” 태도 바꿔

등록 2022-12-16 17:20수정 2022-12-16 23:16

박홍근 “여당, 대통령실 심부름꾼 전락 않길”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국회의장. 연합뉴스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진표 국회의장.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표류하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6일에도 논의를 이어나갔지만, 강경론을 고수하는 대통령실에 발맞춰 여당이 협상 여지를 내주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겨우 1%포인트 내리는 것만으로는 해외 투자자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고 경쟁력이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좋은 게 좋다’고 합의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김 의장이 제안한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25%→24%)’ 중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듭 밝힌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이 함께 제안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시행령 조직 예산은 예비비로 지출하자’는 중재안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16일 국민의힘은 다른 쟁점 사안들까지 포함한 ‘일괄 타결’을 내세우며 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놨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공공임대주택 예산, 국민의힘이 원하는 △공공분양주택 예산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을 언급하며 “쟁점이 많으므로 일괄해서 타결해 합의에 이르러야 된다”고 말했다.

예산안 협상이 장기화하는 데엔 ‘법인세 22%로 인하’를 고집하는 대통령실의 완강한 태도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법인세 인하와 관련한 여당 지도부의 태도가 달라진 게 대표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예산안 협상 도중 기자들에게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못 낮추면 23%나 24%는 안 되겠느냐 했는데 (민주당이) 그것도 전부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 다녀온 직후 “법인세 1%포인트 인하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태도를 바꿨다.

대통령실은 16일에도 “제대로 된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김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최근 경제 상황 등을 봤을 때 문재인 정부 전 법인세율(22%)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제개별협력기구(OECD) 평균(21%)에도 맞춰가야하지 않겠냐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했다.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1일까지 보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법인세 인하나 행안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 정부가 원하는 것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의 예산안 힘겨루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대통령실의 강경한 입장 탓에 주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할 여지가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한겨레>에 “원내대표가 움직일 공간이 작아지면 본인도 힘들고 협상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여당이 대통령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며 “왕조시대도 아닌데 국회가 매번마다 재가 받듯 해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더 이상 독불장군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고 국회와 여야의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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