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정이 모여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여야가 예산부수법안 중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를 두고 치열하게 대치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이 국회 처리 법정시한인 지난 2일을 넘긴 데 이어,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뒤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라는 관례도 처음으로 깨졌다. 여야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표결 시한인 오는 11일을 예산안 처리의 ‘3차 데드라인’으로 삼아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주호영(국민의힘)·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양자 회동에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까지 벌였지만, 법인세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정부안을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22%로 인하하되 2년 뒤 시행’이라는 김진표 의장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영업이익이 3000억원 이상 되는 100개도 안 되는 기업을 위해서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온당한 인식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인세 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이라며 “대만(법인세율 20%)과 투자유치를 경쟁하는데 법인세 고세율을 유지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이어진 원내대표 회동에서 ‘법인세를 23~24%로 인하하고, 3년 뒤 시행’이라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도 예산부수법안 가운데 주식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정부안을 두고 민주당은 “초부자 이익만 대변한다”(김성환 정책위의장)며 강하게 반대했다. 물밑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50억원으로 절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부동산세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민주당 요구대로 유지를 하되, 이들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6%에서 5%로 낮추는 데 잠정 합의했다. 앞서 여야는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1가구 1주택 기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예산안도 이견이 여전하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수준(7050억원)으로 편성 △공공분양주택 정부안(1조1400억원)만큼 공공임대주택도 증액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부부가 모두 기초연금 받으면 20% 감액)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여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에 대해 “자기들 집권 때는 안 하던 정책을 정권 바뀌니 무려 1조6000억원 지출이 요구되는 정책을 요구한다”며 “이걸로 혜택을 본 분에게 표 얻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주말에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야에서는 “11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이른 시일 내 예산안 합의처리를 서둘러 달라고 여야에 당부했다. 김 의장은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다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예산안 처리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원내 과반이 훨씬 넘는 제1야당도 다수당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민주당이 발의해 지난 8일 본회의에 보고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예산안 처리와 맞물린 변수다.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72시간 이내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오는 11일 오후 2시10분 이전까지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해야 한다. 그 시간을 넘기면 자동 폐기된다. 예산안 합의에 따라 본회의가 열릴 경우,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고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민의힘 반발 속에 야당 주도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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