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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복종 DNA’ 국힘과 소심하고 독선적인 권력, 그 최악의 만남

등록 2022-12-04 07:00수정 2022-12-04 18:58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57
윤석열 리더십 해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월11일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축하공연을 본 뒤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월11일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축하공연을 본 뒤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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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은 여러모로 연구 대상입니다. 대통령 취임 6개월이 지났지만, 야당 지도부를 한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보기 때문에 만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절반의 진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지만 있었다면 3월9일 대선 이후 얼마든지 야당 지도부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선 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체제였습니다. 6월1일 지방선거 뒤에는 우상호 비대위원장 체제였습니다. 8월28일 전당대회에서 비로소 이재명 대표가 선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야당 지도부와 대화할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반면에 여당 사람들과는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십니다. 지난 11월25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만찬을 했습니다. 앞서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들과는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언론에 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삼삼오오 만나서 식사하거나 의원들과 전화 통화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정치인의 본분 거스르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무척 기이한 것입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만나서 대화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통령 선거 다음날 취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야당 대표들을 찾아가서 인사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회의를 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일대일 영수회담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왜 야당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일까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11월24일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광일 기자와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 김광일: 영수회담,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죠. 여야 지도부 회동이 순방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관측들이 있었다가 지금은 사실상 거의 멀어진 것 같아 보이는데요.

◆ 유인태: 후보 시절부터 지금 야당 대표를 중범죄자라고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제가 이렇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쪽에 대통령한테 멘토가 될 만한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만나라 이런 조언들을 많이 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는 거예요.

◇ 김광일: 그냥 사람이 싫다?

◆ 유인태: 그냥 싫으니까. 그런 얘기를 제가 직접 그런 조언을 했던 분한테서 (들었는데) 해봤더니 아, 싫다고. 그러니 더 얘기 못 하겠더라고.

◇ 김광일: 그 사람 나는 못 만나겠다?

◆ 유인태: 하여튼 싫다는 거예요. 인간 자체가 싫은데,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다음날 아침 대통령 대변인실 명의로 유인태 전 사무총장의 발언을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입니다.

<알려드립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어제(11월24일, 목)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한 지인에게 (야당 대표는) 인간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지인에게 그런 건의를 받은 바 없고, 따라서 야당 대표를 두고 특별히 언급한 일도 없습니다.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변인실-
대변인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서는 유인태 전 사무총장의 말이 대체로 맞는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대변인실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미루어 유인태 전 사무총장이 정곡을 찔렀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인태 전 사무총장의 지적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만나지 않는 이유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 않고 여당 사람들만 만나는 진짜 이유가 뭘까요?

<한겨레21>에 ‘정치의 품격’을 연재하는 김소희 칼럼니스트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을 짝퉁으로 규정하며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아이들 세계건 어른들 세계건 소집단을 만들어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이가 꼭 있다. 얼핏 힘세 보이지만 실은 겁이 많은 이들이다. 패거리를 지어야만 안심하는 습성을 윤석열 대통령에게서도 본다. 혹자는 ‘형님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그건 학교 선후배 무리, 좁은 검사 세계에서나 통했을 터이다.”

저는 김소희 칼럼니스트의 진단에 동의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람의 성격은 본래 좀 이중적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사처럼 보이지만 소심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원칙주의와 실용주의가 기묘하게 결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거칠고 사나워 보이지만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그런 경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겉보기와 달리 의외로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당 사람들만 만나고 소통하는 이유는 그들을 부하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야당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야당 사람들이 무섭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진짜 큰 문제는 겁이 많고 소심한데다가 독선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입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도 독선적이었지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정두언, 정태근 등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경우 얼굴을 붉히며 논쟁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알려진 것과 달리 인간적인 면모가 꽤 많았던 정치인입니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제가 ‘독재자의 딸과 노예근성’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일 있습니다. 1년쯤 뒤에 기자간담회를 할 때 만났는데, 웃는 얼굴로 “저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하셨지요”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된 뒤에 국회 기자실을 돌며 인사를 했습니다. 기자실에 있던 저를 보고 “해외에서는 고참 기자들이 현장에서 백발을 날리며 취재하던데 우리도 현장에서 고참 기자를 보니까 좋네요”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제가 “저는 머리카락이 별로 없어서 휘날리지 않는다”고 짓궂게 농담을 하자, 박근혜 후보가 당황해서 “어머, 그런 뜻이 아닙니다”라고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본 새누리당 사람이 저에게 “왜 우리 대표님을 놀리냐”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집권 여당은 ‘맹목적 추종 팔로어십’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그 나름대로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를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온통 독선적이고 고집스럽고 옹졸한 모습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맞닥뜨리고 있는 경제와 외교·안보 상황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시절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절대 열세의 여소야대 정치 환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여야 협치와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반대로만 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이 독선적이면 집권 여당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대통령이 독선으로 치닫지 못하도록 만류해야 합니다. 리더십과 짝을 이루는 팔로어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팔로어십의 요체는 리더가 바람직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무조건 따르기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건전한 비판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복종 유전자라도 있는 것일까요?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런 체질은 과거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화당과 전두환 대통령의 민정당에서 왔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군사 문화라는 얘깁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속했던 민주당 구파의 의리 문화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어쨌든 바람직하지 않은 풍토입니다. 정치는 명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지역 기반인 영남은 본래 사림(士林)의 본고장입니다. 어쩌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명분을 버리고 이익만 좇는 세력으로 비판받게 됐는지 안타깝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가관인 것은 이른바 윤핵관들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야당과 어렵사리 국정조사에 합의했는데 본회의 표결에서 장제원·윤한홍·이용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권성동·이철규 의원은 투표를 안 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명분과 여야 합의라는 대의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소의와 잇속을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어느 정권에서도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언젠가 레임덕이 오고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에 몰려도 윤핵관들이 지금처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소의와 잇속을 따라나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을 더 가까이 둬라’

마무리하겠습니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2>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 콜레오네의 대사 중에 “아버지는 나에게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라’고 가르쳤다”는 것이 있습니다. 마피아가 아니라 정치인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싫은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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