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재개 여부를 <문화방송>(MBC)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약식회견 중단도 그만큼 장기화할 조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은 취지와 목적에 걸맞게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며 “어떻게 해야 재발 방지를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어스테핑은 지속할 필요가 있고, 가치가 있는 소통법이다,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많은 분들의 제언을 가슴에 새기며 들었다”며 “가치 있는 소통 방식이라고 판단해준다면 정착되고 관행화할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협조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전날 중단을 선언한 약식회견의 가치와 의미를 돋보이게 하면서, 약식회견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문화방송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달려 있다고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전날 “윤 대통령이 약식회견에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 잘 알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실은 이날도 “자랑스러운 기억” “보존돼야 할 가치”라는 표현을 인용해 약식회견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언론인들의 협조’는 문화방송의 자체적인 조처나 문화방송에 대한 대통령실 기자단의 징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대통령실 기자단 운영위원회(간사단)에 △출입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 정지 △소속 기자 교체 요구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의견을 달라고 했고, 이에 기자단은 의견 제시를 거부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기자단 소통 실무자인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문화방송이나 기자단도 이에 상응하는 조처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단이 해줘야 하지 않나. 기자단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서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였으니 문화방송도 비슷한 수준의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또한 대통령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에 대해 오랫동안 적대적 감정이 쌓여온 터라, 약식회견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더욱 어렵다. 특히 윤 대통령은 문화방송이 지난 9월 미국 뉴욕 방문 때 쓴 비속어에 관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전자우편을 보내 반응을 물은 것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동맹 훼손”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실은 또 문화방송 기자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의 등에 대고 “무엇이 악의적입니까”라고 소리쳐 질문한 것을 큰 무례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편으로는 언론과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약식회견의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 7주기를 맞아 묘소에 참배한 뒤 “지금은 모두 거산의 큰 정치, 바른 정치를 되새겨야 할 때”라고 방명록에 썼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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