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일방적 ‘묵언기’를 반복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이 21일 무기한 중단됐다. 약식회견은 대통령과 언론, 국민 사이의 직접 소통을 넓히는 구실을 했지만 ‘공교롭게’ 윤 대통령이 궁색한 처지였을 때는 자주 멈췄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5월1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총 61차례에 걸쳐 출근길 약식 회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방 행사 참석 등 외부 행사가 없는 날이면 대체로 즉석 문답에 응했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과 태도가 논란이 됐지만, 약식회견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애초 무작위 질답을 주고 받던 방식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준비된 들머리 발언을 한 뒤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형식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약식 회견은 두 차례 휴지기가 있었다. 약식회견은 지난 7월26일부터 열이틀 동안 열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 기간에 일선 파출소 방문과 지역 행사 참석 등의 일정을 진행했고, 이어 여름 휴가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별도 중단 발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 대표”라고 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껄끄러운 질문을 피하려 대통령실이 외부 일정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에도 약식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3일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야 할 국가 애도의 기간,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하고 12일 동안 약식회견을 열지 않았다. 이때 역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과 윤 대통령의 사과 여부 등에 관한 민감한 질문을 피하려 약식회견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편의적으로 약식회견에 응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7월11일에는 대통령실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이유로 약식 회견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바로 재개됐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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