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참사에 책임을 지는 모습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여론과 동떨어져 ‘대통령 엄호’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의 112 신고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 대응이 드러나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필요성 등 문책론이 적극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지난 5일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 태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자 문책에 부정적인 뜻을 보이면서 당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강경한 목소리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당내에서 ‘경질론’은 반대 목소리에 눌리는 모양새고, 유례를 찾기 힘든 대통령실의 <문화방송>(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처에 대해서도 적극 옹호하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언론이)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전용기 탑승 배제에 동조했다.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의 단면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이용 의원은 의총에서 “당이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도 못 하고 (이상민) 장관도 지켜주지 못하느냐”며 ‘이상민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섰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까닭에 그의 발언은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초선 의원은 13일 <한겨레>에 “이전에는 (이 장관에 대한)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더 많았는데 (이용 의원 발언 이후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들 말을 아끼고 있다. 어쨌든 그 안(대통령실)이 그런 기류니 저렇게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 상황이 답답하게만 보인다”고 토로했다.
윤핵관들은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원내지도부에 대해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강 수석을 퇴장시킨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의원들 사이에 부글부글했다”며 지난 10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공격해서 얻을 게 뭐가 있느냐”며 “당으로선 잃을 것만 있지 얻는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윤핵관들의 강경한 태도가 2024년 예정된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라는, 당내 리더십이 공백을 보이는 상황에서 저마다 대통령실을 향해 각자도생의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충성 경쟁을 뒤로 해서 아무도 모르면 의미가 없지 않으냐”며 “(원내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으로) 친윤을 자처하는 분들은 얻을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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