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대통령 순방 취재를 준비하던 <문화방송>(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세금을 쓰는 해외순방은 국익이 걸린 문제’인데 ‘언론에 취재편의를 제공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론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공적 자산을 선택적으로 베풀 수 있는 시혜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0일 ‘이태원 참사’ 뒤 13일 만에 출근길 약식회견에 응했다. 윤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에 대해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질의에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이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우리 기자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금을 쓰는 순방 취재에 국익을 위해 언론에 편의를 제공한다’는 윤 대통령의 시혜적 시각은 취재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국외순방에 대통령 부부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동행하는 참모진은 전용기 이용금액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여기에 동승해 취재 활동을 벌이는 언론사는 전용기 이용 비용을 각자 부담한다. 대통령실은 기자가 순방에 동행해 취재활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참여 기자단 규모를 고려해 해당 국가에 프레스센터를 꾸리고 센터 인근에 단체 숙소를 예약하는 편의를 제공하기는 한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 또한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는 언론사들이 갹출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가 개인 소유가 아닌데도 윤 대통령이 항공수단 제공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출장 때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아무개씨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논란이 일었다. 건강식품업체 대표 경력이 있던 신씨는 김건희 여사의 행사 기획을 담당했다.
<한국방송>(KBS) 부사장 출신인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 규탄 기자회견 뒤 “대통령실 여객기는 사적 공간이 아니다”라며 “누가 마음대로 (취재를) 제한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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