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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 대통령, 후보 때부터 적대적 언론관…MBC 향해 터졌다

등록 2022-11-10 20:37수정 2022-11-10 22:37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처음 보도한 <문화방송>(MBC)에 대한 대통령실의 분노가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초유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취임 이후 “자유”를 수없이 언급하고,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전 정부들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윤 대통령이지만, 비판적 언론에는 “보복행정”(이정미 정의당 대표)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여온 윤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문화방송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지난 9월 북미 순방에서부터다.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한 뒤 비속어를 쓰는 장면을 문화방송이 자막을 달아 처음 보도하자,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이례적으로 이 방송사에 보도 경위를 밝히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강공을 폈다. 문화방송은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출발(11일)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밤,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에 전용기 탑승 배제 결정을 통보하며 “탑승 불허 조치는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최소한의 취재 편의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대통령실을 비판했다고 해서 이런 조치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탑승 배제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고 (시정조처를 하기를)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판단 속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당시 문화방송뿐만 아니라 대부분 매체가 비슷한 자막으로 표기했었다’고 하자 “가장 먼저 (문화방송이)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문화방송 ‘좌표 찍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대통령실은 탑승 배제 이유의 하나로 문화방송 ‘피디(PD)수첩’에서 김건희 여사와 닮은 대역을 쓰고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이 있었다고 언급했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대역 논란과 ‘국익’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취재 윤리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윤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언론 취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가 문화방송에 전용기 탑승 배제 결정을 내린 배경을 묻자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밤 문화방송에 전용기 배제 방침은 번복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결정이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의 위험한 언론관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러차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기사를 쓴 온라인 매체 <뉴스버스>를 거론하며 “정치 공작을 하려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비하했다. 당시 그는 ‘메이저 언론’으로 문화방송과 <한국방송>(KBS)을 콕 집어 언급했다. 지난 2월 지역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서는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강력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사법절차와 언론중재위 등 준사법절차를 통해 허위 보도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의 비속어 관련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직접 사법·준사법절차를 거치지는 않고 ‘전용기 탑승 배제’ 카드를 꺼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중재위 제소는 대통령실에서 직접 한 적은 없다. 제가 알기로는 외교부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실제로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을 지난달 31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주체는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아니라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 돼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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