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등을 브리핑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대응을 점검하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포착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후폭풍은 9일에도 이어졌다. ‘이 ××’ 발언으로 노출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무시’가 대통령실 참모들의 부적절한 행태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부적절한 처신을 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수석은 “제가 (대통령실 국정감사 중인) 운영위에 집중하지 못했다. 반성한다”며 “필담은 운영위나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파면 요구에 국회모욕죄 고발까지 거론되자 전날에 이어 거듭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 수석은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지만, 대통령실은 “사과했는데 뭘 더 하라는 거냐”며 김 수석을 적극 엄호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수석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징계하라’고 요구하자 “(어제 김 수석이 국감 현장에서) 사과하고 퇴장까지 하지 않았냐. 나도 사과했다. 그 정도 사과했으면 됐다. 뭘 더 하라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참사 책임을 통감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가 “웃기고 있네”라는 조롱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꽃다운 생명이 명백한 정부의 과오로 생명을 잃었는데 그 원인을 규명하는 이 (국감)장이 웃겨 보이냐”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156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참사 앞에서 비통해하며 책임지기는커녕 지금이 그렇게 웃을 때냐”며 “외신기자들 앞에서 총리가 농담 따먹기를 한 것도 모자라 수석들의 작태까지, 참사에 대한 이 정부의 저열한 인식과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수석의 메모는) 적절하지 않은 태도였다. 본인도 인정하고 곡진하게 사과했고, 두번 다시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국민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며 “당은 이태원 현장도 가고 희생자분들에 대해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일이 터져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 발언이 상징하는 윤 대통령의 국회 경시가 참모들의 국회 조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국회의원한테 ‘이 ××’ 하니까 수석들은 국회의원한테 ‘웃기고 있네’ 한 것”이라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가장이 잘해야 식구들이, 아들딸들이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국회를 무시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 또 대통령실의 기조와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며 “수석들이 평소 국회를 그런 식으로 얘기해왔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윤 대통령이 이 ×× 발언을 부인하며 빠져나가듯 대통령실 참모들도 상황만 모면하고 책임 전가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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