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 답변 도중 농담을 하고 웃음까지 지어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한 총리 뒤로 내걸린 화면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태원 사고 외신 브리핑’(Foreign Media Briefing with Prime Minister Han, Duck-soo On Itaewon Incident)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국에 10년 넘게 체류하고 있는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이 사진을 첨부하며, ‘Itaewon disaster’(이태원 참사)라고 표기해 게시글을 올렸다. 한국 정부가 톤을 낮추려고 ‘Incident’(사고)를 사용한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답변 도중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지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기자의 질문 이후 통역에 문제가 생기자, “저는 잘 안 들리는데요, 통역이.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가 “(사람들이) 거기 가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지 질문했다”며 한국어로 질의 요지를 다시 설명하자, 한 총리는 그제서야 “주최자가 좀 더 분명하면 그러한 문제들이 좀 더 체계적 효과적으로 이끌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것들이 없을 때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인파 관리)에 대한 현실적 제도적 개선점이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이후 “통역 관련해서 문제가 있어서 죄송하다”는 공지가 나오자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앞선 기자의 질문을 비슷하게 흉내내 말장난을 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을
편집해 업로드한 트위트(@eeooswerve)를 수천회 리트위트하며 “국민의 고통이 우스운지 묻고 싶다”며 한 총리를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상민 장관이 말한 내용이 ‘경찰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무한대로 책임지는 것이 우리 정부다. 하나의 이유가 모든 것을 합리화하고 책임을 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리로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중앙정부의 안전 정책에 대한 주무 부서(부처를 뜻함)인 이상민 장관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한 총리의 외신 기자간담회 중 ‘농담’에 비판이 일자 총리실 관계자는 2일 “기계조작으로 동시통역기 볼륨이 낮아 외국인 기자들이 항의하고 회견이 지체되자,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경위와 무관하게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