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우리 헌정사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며 전날 자신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과 비속어 파문 등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하고 대결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앞으론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의 불참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라며 “결국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 국민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시정연설 불참이 국민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태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의원님들이 전부 참석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심사를 마쳐 내년부터는 취약계층 지원, 국가 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아도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지만, 국회의원 169석인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통과는 불가능하다. 올해 12월31일까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내년 나라살림은 올해 예산에 준해서 집행(준예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은 ‘법정 시한 준수’만 야당에 촉구한 셈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에 맞서 삭감된 민생 예산을 되살리겠다며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어 예산 정국에서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대응해 예산 정국에서 원내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워크숍을 열어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송곳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정부 예산안에서 노인·청년 일자리, 지역화폐, 공공임대주택 등 약 10조원에 이르는 민생 예산이 사라졌다”며 대통령실 관련 예산 등을 줄여 이를 되살리겠다고 별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 심사에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나라 살림 정책에 결코 맞지 않는 ‘초부자 감세’를 반드시 막아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이전 사업 또는 위법한 시행령 예산들을 철저하게 찾아내서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안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해 “반찬 투정을 하는 어른아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639조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민주당이 추진한 정책에 대해선 예산을 줄였지만 그 예산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민생 복지) 정책을 내고 더 확대됐다”며 “그런 부분을 시정연설조차 듣지 않고 밥상 걷어차놓고 듣지도 않고 내용이 무성의하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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