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당규 개정안 의결을 위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윤두현 전국위원장 직무대행과 정동만 부의장(왼쪽)이 개회 전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2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작업을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추석 이틀 전인 오는 8일까지 비대위 출범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을 확정할 전국위 소집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둔 상태라 변수가 적지 않다.
윤두현 국민의힘 상임전국위 의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6차 상임전국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헌 개정안 심의 및 작성안과 전국위원회소집 요구안이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상임전국위원 55명 중 36명이 참석했고, 이 중 32명이 의결에 참여했다. 안건은 표결없이 박수로 의결됐다. 상임전국위는 국회 상임위원장, 시·도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당헌 개정은 지난달 2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가 법원 결정으로 정지된 뒤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재구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상임전국위가 의결한 국민의힘 당헌 96조 1항 개정안은 비상상황 요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이 “비상상황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까닭에 비상상황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다. 아울러 당헌 개정안에는 비대위원 15명 가운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여기에 비대위가 출범하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이 자동으로 상실된다는 점을 규정하고 비대위원장의 사고나 궐위 시 원내대표→최다선 의원→연장자순으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는 점도 넣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하고, 오는 8일에 다시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출범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위는 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도의회 대표의원 등 1000명 이내로 구성된다.
새로 꾸려질 비대위의 위원장으로는 지난 법원 결정으로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주호영 의원이 다시 거론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들은 법원이 지적한 비상 상황 등에 대한 흠결을 당헌 당규 개정을 통해 손질하면 주 의원을 새 비대위의 위원장으로 하는 데 하자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구성에 관해 “의원님들의 의견을 고루 청취해 전국위 의결이 있는 직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지난 1일 전국위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라 법원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새 비대위 출범은 다시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한 영남지역 초선 의원은 “만일 법원 결정으로 전국위 소집이 금지된다면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가 해소되는 내년 1월까지 당이 식물 정당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 8명을 상대로 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낸 바 있다.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은 오는 14일이다. 이 역시 법원이 인용한다면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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