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법원에 낸 자필 탄원서에서 윤 대통령 쪽이 “당 대표에서 물러나면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 관련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고, 외국에 대통령 특사도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힌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씨 등을 일컫는 신군부에 비유하며 법원이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속 자신의 당 대표 복귀를 막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황정수)에 에이포(A4) 4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탄원서에서 그는 “절대자가 사태를 주도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비대위 전환을 주도했다고 직접 공격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쪽이 ‘거래’를 시도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절대자(윤 대통령)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 징계절차 및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며 “징계 절차나 수사절차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에 대한 타협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또 법원이 비대위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지 않으면 자신이 당 대표에 복귀할 수 없도록 윤 대통령 쪽이 계속 무리수를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를 통해 비대위 전환이 자신을 대표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무리하게 기획된 정치적 탄압이라는 점을 부각해 법원에 제동을 걸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반응을 피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반응을 묻는 물음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 본인 생각으로 전부 재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태경 의원은 “법원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당이 먼저 정치적 해법을 마련하자”며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8일 이후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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