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 8일 만에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 등을 국토교통부와 합의하며 파업을 접었지만,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집권여당으로 적극적인 구실을 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중재자 구실을 하기보다 거리두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당사자도 중재자도 아니다”라는 기조를 되풀이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14일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한다면 진행될 협상에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저와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같은날 “양 당사자인 화주와 차주 간 대화가 이뤄지는 걸로 알고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저희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개입과 책임 모두 회피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3차 교섭 때 국토부가 여당과 화주 단체까지 포함한 4자 공동성명서 초안을 내놓았을 때 국민의힘은 이 사실을 뒤늦게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화물연대 관계자는 “국토부가 국민의힘과 조율이나 협의없이 합의안을 들고 올 리가 없지 않으냐”라고 했지만,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우리는 협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김재광 교육선전실장은 “안전운임제는 법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집권여당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노사 간의 문제’라는 기조만 유지해 사태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일몰제와 관련된 화물차운수사업법안 정비가 국회 몫임에도 야당 탓에 원 구성이 안되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된다고 해서 우리가 손해 볼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야당에서 여당으로 모드 전환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태도가 반노동적인 시선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지난 4월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 국제노동기구(ILO) 87·98호 협약은 각각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당정은 이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라는 이유로 이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말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과도 맞지 않는 행태”라며 “노사 관계를 바라보는 집권여당의 기업친화적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태도는 과거 여당과 대조된다.
화물연대 노동자들과 같이 특고인 택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지난해,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꾸렸다. 민주당은 이 기구를 통해 택배단체와 노조를 중재해 두 차례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다. 2018년부터 2019년 1월까지 426일 동안 이어진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때는 박홍근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2018년 ‘동국대 청소노동자 파업 농성’ 때는 우원식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서 타결을 끌어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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