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차별금지법(평등에 관한 법률) 제정 관련 공청회가 25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특정 종교적 신념의 압력에 물러서서 ‘사회적 합의’라는 모호한 수사 뒤에 숨지 말아야 합니다.”
2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진술인으로 참석한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김종훈 자캐오 신부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임인 ‘정치적 책임’을 제대로 감당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 혐오에 바탕을 둔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주저하고 있는 정치권을 꼬집은 것이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가 주재한 이날 공청회는 2007년 노무현 정부 입법으로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지 15년 만에 소관 상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첫번째 토론의 장이었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진전하게 된 첫번째 자리”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 신부는 “성서는 종교인에게 맡겨주시고, 정치인들은 공적인 법을 제정해달라”고 했고 또 다른 진술인인 조혜인 변호사는 “성소수자인 시민들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주장들이 이 사회에서 계속 확대 재생산되도록 국회가 방치하고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민주당 법사위원들과 추천 진술인 3명으로만 진행된 ‘반쪽짜리’였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 19일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공청회 계획서를 단독으로 채택하자 “차별금지법은 시민사회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국민적 합의도 전혀 없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공청회에 들어오는 대신, 같은 시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며 여론전에 나섰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와 이슬람 등을 특권층으로 격상시킨다”는 등의 혐오적 표현을 쏟아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공청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지난 4월에 여야가 합의한 대로 법사위 전체회의 차원의 공청회를 열자”며 “국민의힘은 더이상 직무유기를 멈추고 공청회 개최 협상에 적극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또 법사위 차원의 공청회를 여러차례 열어 반대 여론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조건으로 차별금지법 입법에 미온적인 당내 분위기도 적지 않아 법안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일방 처리에 반대한다. 반대자들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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