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의 논문을 둘러싼 ‘대필 의혹’과 관련해 “첨삭”이라고 반박했으나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단순히 ‘첨삭’만으로는 논문 문서정보에 한 후보자 딸이 아닌 다른 작성자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 등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한 후보자는 전날 케냐 출신의 ‘대필 작가(ghostwriter)’가 딸 논문을 작성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참고문헌 표기 포함 시 4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필이 아닌 첨삭이라며 외부에서 도움받은 정도를 낮춘 것이다.
한 후보자 딸은 지난해 11월 오픈액세스저널인 ‘ABC Research Alert’에 4쪽짜리 영문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Does National Debt Matter?)’를 올렸고 이듬해 2월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 동일한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해당 문서정보를 보면, 지은이에 Benson(벤슨)이라고 시작하는 이름이 적혀 있다. 문서정보는 파일을 생성하는 컴퓨터 이름으로 자동 저장된다. 이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임의 수정이 가능하지만, 한 후보자 딸이 굳이 본인에게 불리하도록 지은이와 집필 날짜를 수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벤슨이 작성한 문서를 받아 그대로 저널과 데이터베이스에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벤슨은 <한겨레>에 “2021년 11월 초에 (작성)했다”는 진술과 함께 컴퓨터 문서목록을 찍어서 보내오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며 입시와는 무관한 ‘에세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 답변대로 해외 대학 입시에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면, 고등학생이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을 쓰면서 별도로 첨삭을 받아 저널이나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올릴 필요가 없다. 경희대의 한 교수는 “다양한 분야로 논문 6개를 작성했는데 이는 100% 입시에 사용하려는 의도라고 봐야 한다”며 “(논문을 올린 저널이) 약탈적 저널(돈만 내면 품질·주제와 상관 없이 글을 실어주는 곳)이지만 홈페이지를 보면 아주 정상적인 리뷰가 이뤄지는 국제 학술지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에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논문을 냈다는 것으로 보여 높은 점수를 받길 기대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