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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촌과 딱 겹친 한동훈 딸 ‘스펙’…입시업체 이모 개입 없다더니

등록 2022-05-07 15:02수정 2022-05-09 09:54

한동훈 “딸, 이모 컨설팅 없었다”…이모, 미 입시전문가
아이비리그 간 이모 큰딸과 온라인 매체 활동 등 겹쳐
외사촌들과 미 대학 입시 ‘스펙쌓기’ 함께한 정황 곳곳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미국 대학 입시전문가인 이모의 두 딸과 검사 출신인 외삼촌 아들 등 사촌들과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를 함께 해 온 정황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한 후보자 딸을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은 현재 모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들은 10대 중반부터 모두 비슷한 경력을 쌓으며, 각자가 만든 단체 행사에 서로의 이름을 올려주는 등 교외활동에서 ‘상부상조’해왔다. 이모 진아무개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대학입학 자격시험 에스에이티(SAT)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그의 큰딸은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했다.

7일 <한겨레>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김영배,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 후보자 딸 한아무개씨는 2020년 사촌 3명과 함께 미국 입시전문가인 진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팬데믹 타임스’를 설립했다. 팬데믹 타임스는 십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소개하는 영문 온라인 매체다.

한씨와 사촌들의 교외활동은 여러 차례 겹친다. 우선 모두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한씨의 사촌이자 진씨의 딸들이 ㅅ단체를 국내에서 만든 것은 2014년이다. 진씨의 큰딸이 초등학교 6학년 나이때다. ㅅ단체는 의료 및 치과 자원봉사 조직으로, 2017년 미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한씨도 ㅅ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ㅅ단체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는데, 관련 홍보 영상에는 한씨가 앱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상에는 80개 언어로 140개 국가에 앱이 사용되는 것이 목표이며 한 외국 장애인이 앱을 사용한 뒤 “편리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후보자 딸이 2018년 설립한 ㅍ단체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국내에서 번역 봉사 등을 하는 이 단체 역시 미국 현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을 봉사자로 모집했다. 이어 지난해 8월 한씨는 ㅍ단체 명의로 ‘차별금지’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 전시회 포스터에는 진씨의 두 딸의 이름이 모두 들어갔다. 전시회 장소는 외할머니 건물이었다. 다만 당시 이미 대학에 합격한 큰딸은 전시회 작품 목록에 출품 기록이 없었다. 대입을 준비하던 작은딸의 출품 기록은 있다.

한 후보자의 딸과 사촌들은 공동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는 또다른 ㅅ단체를 만들어 각각 청각장애인 커뮤니티 이사나 수화클럽 회장 등을 맡았다. 이 단체는 한 후보자 딸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로스앤젤레스 트리뷴>에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이 기사는 40달러를 주고 게재한 인터뷰 형식의 광고 글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한씨와 사촌들은 ‘팬데믹 타임스’에서 발행하는 영어책(잡지)을 네 차례 함께 쓰기도 했다.

돈을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등 출판 윤리를 어겨온 이른바 ‘약탈’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는 것 역시 비슷하다. 진씨의 큰딸은 2019년부터 자신의 동생 등과 함께 여러 오픈액세스 저널에 논문을 실었다. 한씨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만 6건의 논문을 오픈액세스 저널 등에 실었는데, 이들이 논문을 올린 곳은 모두 학계에서 약탈적 저널로 분류된 곳이다. 한씨와 진씨의 딸들이 논문을 게재한 ‘에이비시 연구 알림’ 등은 미국의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인 카벨(Cavell)이 공개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약탈 저널이다. 

영어 번역 봉사활동 이력도 겹친다. 진씨의 큰딸은 중학교 2학년 나이인 2016년 영어 번역 봉사자를 모집한 뒤 교육부에서 봉사실적을 인정해주는 민간기관 ㄱ봉사단을 통해 인증 받았다. 포털 카페 등에 올라온 글을 보면 모집 주최는 그가 회장을 맡은 ㅅ단체이며, 연락처는 진씨의 에스엔에스(SNS) 아이디를 적었다.

한씨는 2년 뒤 사촌의 길을 그대로 따라 밟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ㅍ단체의 명의를 사용했다. 한씨는 2018년 5월 포털 카페에 번역 봉사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역시 ㄱ봉사단을 통해 영어 번역 봉사활동을 인정받는 방식이었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영어 번역은 짧은 시간에 봉사활동 시간을 많이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 입시에서는 봉사활동이 중요하지 않지만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에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한씨와 여러 활동을 겹치게 했던 사촌(진씨의 큰딸)은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치대에 입학했다.

한 후보자 쪽은 딸의 팬데믹 타임스 활동에 대해 “(팬데믹 타임스는) 2020년 당시 중3이던 후보자 딸을 포함한 십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소개하는 워드프레스 기반의 영문 홈페이지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등록되는 논문이 전혀 아님은 물론이다. 후보자의 딸은 제대로 된 논문을 쓸 나이도 경력도 안 된다. 마치 논문을 부정하게 써서 학술지에 부정하게 게재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왜곡된 프레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타임스에서) 학생들은 주 1회 이상 각자 관심 있는 주제로 글을 써 왔고, 후보자의 딸은 ‘한국 연구자들의 귀중한 연구 결과를 해외 학생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매주 1~3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주로 국내 기관, 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국문 보도자료, 인터넷 검색자료 등을 토대로 방역 패스 논란을 포함한 여러 코로나 이슈, 업무 자동화로 인한 인력 대체, 스마트 계약 등 다양한 주제의 영문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며 “외부 조력을 받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봉사활동 이력과 논문 등 앞선 <한겨레>의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미성년 자녀의 정상적인 봉사활동을 무리한 프레임 씌우기로 폄훼”하는 것이며 “기사에서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들은 지난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작성한 에세이, 보고서, 리뷰페이퍼 등을 모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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