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주지사 시절 오등봉 개발사업 민간 특혜 의혹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제주시 오등봉공원 일대 모습. 제주/연합뉴스
“거긴 원래 뜻 맞는 지인 건설업자들끼리 같이 살려고 지은 집인데, 한 채가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간 것이죠.”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제주지사 시절 건설업자들에게 둘러싸여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 후보자의 앞집에는 제주의 대표적인 레미콘 제조사 대표 고아무개씨가 살고 있었다. 고 대표는 지인 5명을 대표해 이 타운하우스가 지어진 부지를 갖고 있었고, 원 후보자에게 집을 팔았다. 제주지역 레미콘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의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관급 공사를 진행할 때 행정하고 부딪혀야 할 문제들을 관장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 타운하우스의 골조를 올린 ㅁ건설 대표도 원 후보자의 옆집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한겨레>와 만나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우연’은 공교롭다. 스스로 “업력이 대단하지는 않다”던 그의 회사는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있을 때, 제주지역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이하 오등봉 개발사업)의 컨소시엄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됐다. 또 다른 원 후보자의 이웃은 제주에서 꽤 견실한 업체로 평가되는 ㅊ건설의 대표다. ㅊ건설 역시 오등봉 개발사업의 컨소시엄 사업자다.
<한겨레>가 ㅊ건설을 찾아 타운하우스에 입주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사업에 대해 모른다. 대표님과 실무자가 육지에 있다.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이날일까지도 “질의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만 했다. 또다른 컨소시엄 참여자인 ㄷ건설의 전무는 “취재에 응할 이유가 없다. 회사를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월권이 아닌가”라며 고성을 질렀다.
원 후보자의 ‘이웃사촌’인 건설업체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원 후보자에게 특혜를 받은 것이 없으며, 원 후보자도 시세대로 집을 구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살고있는 집은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임 기간 동안 자연녹지였던 집 주변이 취락지구로 지정되며 공시지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원 후보자가 집을 샀던 2014년 당시 ㎡당 공지지가는 24만8600원이었는데, 지난해는 50만5600원으로 집계됐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녹지 안에 있는 주택은 임자를 만나지 못하면 사실상 판매가 어렵다. 반면, 취락지구가 되면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아져 주변에 다른 집들이 들어서게 되고 마을이 형성되어 거래가 쉬어진다. 주택의 환금성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실제로 이 지역의 건폐율은 20%→50%로, 용적률은 80%→100%로 늘어났다. 같은 아라이동이라도 취락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의 땅값은 평당 80만~100만원대를 오가는 반면, 취락지구로 지정된 곳은 평당 300만원대에 거래되는 이유다.
원 후보자에게 집을 판 레미콘 제조사 대표 고씨는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하던 중 매형네 가족을 통해 원 (제주)지사와 연결됐고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팔리지 않아 고민”하던 집을 이들은 7채나 추가로 더 지었고, 현재 호가는 16억 원에 달한다. 2014년 원 후보자는 7억5천만원에 샀다.
지난 19일 <한겨레>가 찾은 제주시 아라이동 현장은 ‘공사판’이었다. 원 후보자 집 주변으로 높게는 4층짜리 빌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다. 땅의 신분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자연녹지가 취락지구로 지정되면 쉽게 말해 100평 규모의 땅에 20평짜리 집을 짓고 층을 올려 80평까지 활용할 수 있던 땅이 50평짜리 집을 짓고 100평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바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한적한 동네가 지금은 완전 고급 빌라촌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로 우후죽순 들어선 타운하우스야말로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임 기간 도내 건설 경기를 뒷받침한 상품이었다고 지적한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원 후보자는 중국 자본이 빠져나간 이후 불황이던 제주 건설 경기를 살리겠다고 소규모 환경 영향 평가사업을 늘렸다. 그 결과 제주 산중턱이 타운하우스로 뒤덮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 후보자도 그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 ‘셀프 용도 상향’이라고 불리는 지구 지정을 통해 원 후보자와 건설업자들은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은 물론 아무리 올라도 임자가 없으면 팔기 어렵던 주택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무형의 공동 이득도 얻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제주도 도시건설국 관계자는 “취락지구 지정은 제주에선 흔한 일”이라며 원 후보자가 지사로 재임하던 기간에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더라도 전화로 지구 신청 변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