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위원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제6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14년 7월부터 사는 제주 단독주택(타운하우스 아라리움)을 지은 ㅁ건설이 원 후보자 제주지사 재임 때인 2020년 1월, 제주지역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을 따낸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원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로 해당 단독주택을 7억5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이 주택을 판매한 것은 ㅁ건설과 함께 아라리움을 개발한 ㄷ레미콘업체 대표였다. 이 대표는 <한겨레>와 만나 "(원 후보자 아내인) 강윤형씨가 집을 싸게 달라고 해 원가 수준에 팔았다"고 말했다.
2006년 법인 등기를 한 뒤 학교 개보수 공사를 주로 수주해온 ㅁ건설은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취임을 기점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및 관할 지자체의 관급공사 수주 실적이 11배 넘게 늘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원 후보자가 매입한 타운하우스(총 8세대 거주)를 지은 ㅁ건설은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하고, 매출이 50억~100억대를 오가는 중소형 건설업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2020년 12월 총사업비 8262억원 규모로 제주지역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이하 오등봉 개발사업)’의 컨소시엄 사업자로 선정됐다. 오등봉 개발사업은 호반건설이 지역 건설사 4곳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린 ‘오등봉 아트파크 주식회사’가 사업권을 따냈는데 ㅁ건설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다. 원 후보자의 단독주택 단지에는 현재 8가구만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ㅁ건설 대표는 이곳에 머물고 있다. 또 오등봉 사업에 참여한 또 다른 제주 건설업체인 ㅊ건설 대표도 같은 단지에 살고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두 건설업체 대표와 원 후보자가 타운하우스의 이웃 사이인 셈이다.
ㅁ건설 대표는 <한겨레>와 만나 “원래 제주지역 건설업체 대표들이 모여 살려고 지은 타운하우스인데, 타운하우스를 함께 지은 (동업자) ㄷ레미콘업체 대표가 원 후보자에게 해당 단독주택을 팔았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에게 주택을 매매한 이 대표는 <한겨레>와 만나 "(원 후보자 아내인) 강윤형씨가 집을 싸게 달라고 해 원가 수준에 팔았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임 시절 제주도가 특례사업으로 추진했던 오등봉 개발사업은 애초 제주시가 ‘경관 훼손 우려, 재해 위험 우려, 교통난 가중’ 등의 이유로 추진 불가 판정(2016.9)을 내렸다. 하지만 그후 원 지사가 2018년 7월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지침 변경을 거쳐 2020년 12월 사업자가 확정돼 추진되고 있다. 제주시 연북로-한라도서관-제주연구원 일대 76만4863㎡ 부지 중 9만1151㎡에 아파트 2단지 1429가구를 짓고, 나머지 67만3712㎡는 여가·휴식공간을 조성한 뒤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제주도 회의록을 보면, 2018년 7월 원 지사는 ‘도시계획시설 종합대책 마련’ 회의를 주재하며 오등봉 개발사업에 대해 “2020년까지 민간 투자에 의한 개발이 최적의 대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따른 일정, 공공재원 조달 방식,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한지 등 문제점 없이 논의될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현행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등봉 개발사업은 사업자와 제주시 간의 ‘사전 밀약’ 논란이 벌어져 법적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은 ‘사업의 설계가 원가와 수익에 대한 계산을 모두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 두곤 이익은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려 했던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설계’라고 주장한다. 사업 구조를 보면, 일몰제로 사라지는 오등봉 공원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는 공원을 조성해 제주도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의 사업인데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얼마가 되건 민간 사업자의 수익률은 전체 사업비의 8.91%로 확정해주도록 설계돼 있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민간 사업자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정적 구조인 셈이다.
오등봉 개발사업비는 추진 당시 8262억원이었는데, 이 수준이 유지되더라도 800억원이 넘는 수익 중 100억원의 공공기여금을 제외한 700억원 이상을 민간 사업자가 챙길 수 있다. ㅁ건설은 호반 컨소시엄에 10억원의 출자금을 투자했기에 7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에 응한 제주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실적·전문인력 보유, 자기 자본 보유 등 사업 평가 항목에서 ㅁ건설은 전혀 경쟁력이 있지 않다”며 “‘지역 업체 포함’ 가산점 규정이 있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데도 130여개에 달하는 지역 내 종합건설업체 중에 ㅁ건설이 어떻게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최대 규모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결과(건축공사업)’를 보면, 오등봉 개발사업을 수주한 2020년 당시 ㅁ건설은 건축공사업 분야에서 250위, 토목 분야에서 389위에 그쳤다.
2006년 설립된 ㅁ건설은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에 취임한 2014년 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이 발주한 초·중등학교 개보수 공사를 주로 맡았던 ㅁ건설은 원 후보자 부부가 아라리움에 입주한 이후인 2015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 관할 기관들로부터 여러 공사를 수주하며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한겨레>가 조달청 수주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5년 이전 ㅁ건설이 제한경쟁입찰에 참여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부터 따낸 공사는 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원 후보자가 2014년 6월 제주지사로 당선된 뒤인 2015년 이후부터는 9건으로 늘었다. 계약금액 또한 8억6600만원에서 76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96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관급공사 규모가 11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발주처별로 분석하면 제주특별자치도 4건, 제주시 1건, 서귀포시 3건, 제주도상하수도본부 1건이었다. 특히 2018년의 경우 공사실적 133억8000여만원 중 약 40%를 관급공사 수주 실적(53억8700여만원)으로 채웠다.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오등봉 사업에 참여하고 관급공사 수주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ㅁ건설 대표는 “오등봉 사업은 (아라리움에 사는) ㅊ건설 대표를 통해 참여하게 됐고 관급공사 수주가 늘어난 것은 운이 좋아서다. 원 후보자와는 잘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는 ㅁ건설과의 관계,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 참여 사실 등을 묻는 <한겨레>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제주/김완 장필수 기자,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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